원본보기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 연합뉴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수본은 지난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이첩받아 23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했다. 이어 하루 만인 11일 특검에 ‘금품 로비’에 관해 진술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구치소로 찾아가 조사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의혹이 알려진 뒤 장관직을 사퇴한 현역 의원과 여야 전직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사안이다. 국수본은 조직 명운을 걸고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한 치의 치우침 없이 진상을 규명하기 바란다.
윤 전 본부장이 애초 특검팀에 통일교가 지원한 대상으로 진술한 여야 정치인은 민주당 소속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 5명이라고 한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진술을 바탕으로 “이 가운데 정동영 장관은 금품을 거절했고, 나경원 의원은 천정궁에 방문했으나 금품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전 본부장은 나머지 3명 중 전재수 의원에겐 2018~2019년 명품 시계와 현금 3천만원을 줬고,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에겐 2020년 총선 전 각각 3천만원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윤 전 본부장과 다른 통일교 간부 사이에 오간 통화 녹취록에 통일교가 주최한 행사와 관련해 여야 정치인들과 접촉하려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금품 전달 등 범죄 혐의로 연결되지는 않는 수준의 대화로 보인다.
지금으로선 국수본이 가장 서둘러야 할 수사 대상은 전 의원이 될 수밖에 없다. 금품을 줬다고 주장하는 시점이 2018~2019년이어서, 공소시효가 7년인 정치자금법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을 가능성도 있고, 남아 있더라도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3천만원 이상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지만, 아직 성격을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신속한 수사로 윤 전 본부장 진술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 의원은 지난 11일 오전 해수부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불법적인 어떤 금품 수수도 단연코 없었다” “서른살 이후 시계는 차 본 적도 없다”며 금품 수수를 전면 부인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애초 전 의원에게 줬다는 돈 액수가 3천만~4천만원으로 오락가락한데다, 금품 전달 시점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구체적 물증도 아직까지 나온 게 없다. 특정 날짜에 ‘큰 거 한장 서포트. 권성동’이라고 적힌 다이어리와 “오늘 드린 것” 같은 문자, 돈다발 사진 등 구체적 물증이 쏟아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건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통일교 금품 수수 관련 특검 주장도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경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국수본은 수사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 의원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번 의혹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전재수 장관 사의 표명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전 장관은 게이트의 고리 혹은 전달자일 가능성이 크고 실질적인 몸통은 따로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장관과 통일교 행사와 관련해 이름이 언급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즉시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과도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식이라면, 정 장관과 똑같이 대상으로 거명된 나경원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권성동 의원 구속과 기소에 대해서도 사과하긴커녕 “여론몰이 수사”라며 반발하지 않았나. 지금은 여도 야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치 공방을 벌이기보다 차분하게 국수본 수사에 협조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